1. 낙하 유원은 연기하는 하온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나 드라마 스케줄은 주연 배우 위주로 짜인다. 그래서 유원은 길게 대기하지 않고 바로바로 촬영을 이어갔는데, 중간의 일이 생겨 오랜만에 대기시간이 제법 되었다. 커피를 마시며 하온을 지켜본다. 대본리딩 했을 때보다 연기가 더 좋아졌다. 발성도 나아졌고 표정도 제법 자연스러워졌어. 노력하고 있다는...
1. 낙하 새 차를 뽑았다. 꽤 정이 붙었던 기존의 차는 보내 줄 때 울며 막걸리를 뿌려 주었다. 예상하지 못한 이별이란 그런 거였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정들었던 차를 보내려니 마음이 울적했다. 합의금을 받아 새 차를 뽑는 데 전부를 썼다. 사고가 컸고 중고차라, 그리 값어치를 톡톡히 받아낼 수는 없었지만, 치료비 포함하여 그래도 꽤 묵직한 금...
1. 낙하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촬영이 끝나자 유원은 빠르게 움직였다. 옷을 갈아입고 부스스한 머리는 모자로 가린다. 잠도 제대로 못 자 피곤했는데, 지금은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처럼 연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외운 대사에 감정을 실어 연기해야 하는데, 자꾸 머리에 하온이 가득했다. 촬영장에 복귀한 매니저에게 이...
1. 낙하 살면서 큰 사고를 자주 목도했지만, 이번처럼 소름이 돋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온 건 처음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핸들을 틀었다. 다행이라 할지 모르겠으나, 오른쪽 차선에는 맹렬히 달려오는 차량이 없었고 역주행 차량에게 부딪혔지만, 접촉사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충격에 비틀거리며 달리던 차의 뒤 범퍼에 역주행 차량을 보지 못한 차가 세게 부딪히...
1. 낙하 유원은 겨우 하온을 침대에 눕혔다.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어주고 이불을 잘 덮어 주었다. 하온에게 안방을 양보한 유원은 식탁을 정리하고 이제야 샤워를 했다. 계획은 집에 도착해서 씻은 후에 개운한 몸으로 하온을 반길 생각이었지만, 불청객 탓에 계획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여분의 이불을 꺼내 소파에 놓았다. 잠든 하온을 깨울까 걱정되어 ...
1. 낙하 지금 하온은 눈꺼풀이 무거워서 거의 눈을 감은 상태나 다름없었다. 술을 즐기지 않았고 그랬기에 주량도 비루한 편이었다. 그런 주하온이 주당 사이에서 버티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연은 위스키를 마시면서도 얼굴이 조금 붉어졌을 뿐, 아직 멀쩡했고 맥주를 마시는 유원도 마찬가지였다. "취했다, 얘." 하연이 위스키는 이제 질렸는지, 와인 코르크를...
1. 낙하 "하온아, 뭐 시켜줄까? 우리 하온이 매운 거 좋아하니까 매운 거 시켜줄까?" "저, 뭐든 괜찮아요." "아이스크림도 사줄까? 우리 하온이 매운 거 먹고 단 거 먹는 거 좋아하잖아." "언니, 저에 대한 거 다 기억하고 있네요?" "그럼, 다 기억하고 있지." 유원은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 지켜보고 있었다. 식탁에는 하온이 사 온 과일이 놓여 있...
1. 낙하 제작발표회는 인터넷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등장부터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다. 현대극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시대극이었고 그러다 보니, 방송사에서도 캐스팅부터 해서 꽤 힘을 주고 있는 드라마였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현대극만 써왔던 김미영 작가의 첫 사극이었으니 그 관심도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언니는 왜 여기까지 와서 참석을 안 해?" 스...
1. 낙하 "옷이 어쩌다가……." 다행히 명품 브랜드는 아니었지만, 제작 발표회라고 꽤 힘을 주었던 의상이라 하온의 스타일리스트가 이마를 짚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옷감이 찢어지거나 한 건 아니었고 단추만 몇 개 날아간 정도였다. 셔츠가 구겨져 있어서 더 상해 보였지만, 다려 놓으면 괜찮을 듯했다. "단추, 단추는 어디 있어요?" 스타일리스트...
1. 낙하 꿈자리가 뒤숭숭하면 다음 날에도 영향을 준다. 한동안 꾸지 않았던 악몽이라, 더 기분이 좋지 못했다. 세트장으로 이동하면서 핸드폰으로 틈틈이 인터넷 반응을 살폈다. 사흘 전에 하연이 보냈던 커피차가 반응이 좋았다. 매니저가 알아서 소속사 공식 홈페이지와 SNS에 커피차 사진을 올렸고 하온과 함께 찍은 사진은 따로 팬카페에 올렸다. 일은 끊이지 않...
1. 낙하 촬영 준비를 마친 하온은 대기실에서 대본을 뒤적이며 강석현이 특별출연한다는 역할을 찾아보고 있었다. 일회성 출연이었고 유온의 호위무사 역할이었다. 하필, 또 붙는 장면이다. 한 장면만 버티면 되지만, 대본을 읽었을 때는 작은 역할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사가 있기는 하지만, 신인 배우나 단역을 써도 될 만한 장면이었다. 물론 제작진의 생각...
1. 낙하 "어제 잠 잘 잤어요?" 못 잤다. 생각했던 건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피로를 풀고 잠자리에 들 생각이었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일할 때는 물론, 늘 수면 부족을 달고 살아서 몸이 무거운 건 익숙한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유원은 술을 꽤 즐기는 편이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술을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고 지금은 나름 괜찮은 취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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